[2022년] 괴산 ‘청년창작소 오롯’

괴산에 사는 청년들 알음알음 모이다

2021년 12월, 괴산에 사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창작소 오롯’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괴산에 사는 디자이너, 프리랜서 작가, 문화예술 강사, 농부, 직장인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 있다. 홍남화 씨(<청년창작소 오롯> 대표)는 그동안 괴산에 살며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친구’였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농업인 청년 모임’이 대다수였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던 남화 씨는 자신과 같은 비농업인 청년들이 괴산 어딘가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2년 전 모임을 함께할 청년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농촌에서 살면서 갈증을 느꼈던 게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였어요. 만난다 해도 농업 종사자는 농업 종사자끼리, 문화예술 강사는 문화예술 강사끼리 같은 직업끼리만 만나게 돼서 섞이기가 쉽지 않았고요. 괴산에도 다양한 청년들이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알음알음 사람을 모으기 시작한 게 ‘2030 청년밥상 모임’이 된 거예요.”

2020년에 남화 씨와 몇몇 친구들이 알음알음 11명의 청년을 모았다. 그들과 매주 화요일 저녁, 목적 없이 만나 밥을 먹고, 책을 읽고, 볼링도 쳤다. 술을 마시며 연애 고민도 나누고, 각자의 고민을 담은 글을 나누며 이들은 친구가 되어갔다. 만남이 깊어질수록 모이는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식당에서 만나 밥을 먹거나 공간을 빌려서 모임을 하고는 했는데, 오롯이 저희를 위한 공간은 아니니까 늦게까지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도시에서는 청년들이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버스 타고 갈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힘들잖아요. 찜질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가 편하게 모일 수 있고, 늦게까지 속 깊은 이야기를 하며 놀고 한숨 자고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오랜 논의와 이야기 끝에 탄생한 괴산 청년창작소 오롯의 모습. 벽면 한 곳에 오롯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곳을 만든 청년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오롯 홈페이지

오랜 논의와 이야기 끝에 탄생한 괴산 청년창작소 오롯의 모습. 벽면 한 곳에 오롯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곳을 만든 청년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오롯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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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을 열기 전, 청년들이 모여 원하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기획회의를 진행했다. @오롯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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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상했던 오롯 공간의 구상. @오롯 홈페이지


청년들을 위한 ‘오롯’한 공간을 열다

‘청년창작소 오롯’은 10명의 운영위원이 함께 운영한다. 매달 1, 2회 회의를 하고, 모임이나 행사 준비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모인다. 처음 공간을 찾을 때 우선순위에 두었던 건 위치였다. 괴산 어디에 살아도 버스를 타고 한 번에 올 수 있는 곳, 바로 읍내 중심의 공간을 샅샅히 뒤졌다. 나온 매물은 한정적이었지만, 다행히 읍내 중심에 있는 넓은 공간을 얻었다. 처음 기획한 대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라운지, 일할 수 있는 작업실, 회의실 겸 식당과 주방, 그리고 샤워실도 있다. 자고 가는 사람을 위해 이불도 구비했다. 다른 곳보다 월세가 비쌌기 때문에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한 만큼 공간이 잘 쓰일까. 하지만 결심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게 한 건 ‘2030 청년밥상’의 힘이었다.

“‘2030 청년밥상 모임’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공간을 이용할 청년들이 제법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공간을 만든 다음에 연 소모임에 새로운 청년들이 많이 왔어요. 아무래도 공간이 생겼다고 하니까 ‘그런 데가 있어?’ 하면서 관심이 많이 생긴 거 같아요.”

‘청년창작소 오롯’은 요즘 쉬는 날 없이 바쁘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캘린더에 들어가 보면 일정이 빽빽하다. 월요일에는 영화감상모임인 <오롯극장>이, 화요일에는 <2030 청년밥상 모임>이, 수요일에는 노래모임 <싱어게in 괴산>이 열린다. 매월 등산 모임도 있다. 청년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있는 청소년 동아리 모임이나 활동가 모임도 열린다. 남화 씨는 ‘오롯’이 청년들이 복작대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청년들이 다양한 지역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길 꿈꾼다.

“청년 공간이 읍내에 생겼다니까 다들 관심이 많으세요. 그런데 ‘청년공간’이라고 쓰여 있으니까 괜히 들어오기 어려워하시고 그래요. 앞으로는 청년들, 청소년들, 마을 어른들이 연결되는 프로그램도 기획해 보고 싶어요.”

‘오롯’은 요즘 플리마켓 준비로 한창이다. 처음에는 청년 셀러들을 모아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했는데, 이를 안 괴산군의 제안을 받아 지역민들 모두로 대상을 열어 <마주보장>이라는 플리마켓을 준비하고 있다. 장소는 ‘청년창작소 오롯’과 가까이 있는 읍내의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골목이다. 공간 하나 생겼을 뿐인데 신기하게 사람이 모이고, 해볼 수 있는 일들도 늘어난다. 덕분에 지역과 만나는 접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롯 멤버 중에 결혼을 앞둔 커플이 셋이나 돼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계속 새로운 청년들이 오롯을 찾고 만나서 꾸준히 청년들이 재밌고 즐거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남화 씨는 공간을 열길 가장 잘했던 순간으로 청소년들이 오롯을 방문한 장면을 꼽았다. 견학을 왔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오롯을 보고 “우리도 이런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하고 말하는 걸 보는 순간, 이 공간을 통해 누군가 새로운 꿈을 꾸고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또 ‘언젠가 그 청소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리면 우리와 만나게 되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는 일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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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작소 오롯의 오픈식.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작을 축하했다. @오롯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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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오픈식에서 청년창작소 오롯의 현재와 나아갈 길을 소개하는 홍남화 대표. @오롯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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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 공간을 만드는 기반이 되어준 2030청년밥상모임. 서로 초상화를 그려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롯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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