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지역활동가 지원 10년 인터뷰] 산내 "하진용"

“관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모색합니다”


- 하진용 (2016년 살래 청춘식당 마지 청년지역활동가 / 현 지리산게더링)

 

남원 시내에서 지리산 자락을 구불구불 올라 인월면, 운봉읍을 지나면 산내면이 나온다. 멀리는 지리산이, 가까이에는 람천이 보이는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사무실 옥상에서 하무(하진용)를 만났다. 하무는 2015년 겨울에 이사와 5년째 산내에 살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금산 간디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서울에서 지내다 군대를 다녀왔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고민하다가 산내면의 청년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밥집 ‘살래청춘식당 마지’에서 ‘잠깐 같이 일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산내에 발을 들였다. 

하무가 일하는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 사무실 옥상에 올라가 이야기를 나눴다.


신뢰와 환대를 경험하다


- 처음 산내에 왔을 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는 사람이 있어서 온 건가요?
“저는 서울에서 살다 가족이 있는 산내로 2015년 가을인가 겨울인가, 그때쯤 왔어요.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살래청춘식당 마지’에서 일했던 게 산내에서의 첫 번째 일이에요. 마지는 2015년 8월에 문을 열었고, 제가 왔을 때는 3~4개월 정도 진행하고 있을 때였어요. 처음 마지를 준비할 때 동네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는 밥집이자, 다양한 모임 장소였죠. 모여서 공부도 하고, 모임도 하고, 같이 밥을 지어 먹기도 했어요. 산내에 들어와 살아보고 싶은 청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저도 마지에서 일하면서 산내에서 살아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 살래청춘식당 마지에서 일할 때 삼선재단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은 건가요?
“네, 그랬죠. 2016년에 동네에 사는 ‘아신’의 제안으로 삼선재단 청년지역활동가인턴십에 지원했어요. 같이 마지에서 일하던 친구 한 명도 같이 지원을 받았어요. 저와 친구 두 명은 인턴십 지원금으로, 다른 친구들은 마지에서 번 수익을 나누면서 일했어요. 삼선재단의 인턴십 지원이 끝날 때쯤 ‘지리산 청년활력기금’이 만들어졌어요. 삼선재단 인턴십 지원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성장 과정을 지원하는 것처럼, 청년활력기금은 산내에 사는 기성세대들이 청년이 산내에 정착해서 살 수 있도록 돕자는 논의에서 시작되었죠. 일 년에 육백만 원을 모아 청년 한 명이 한 달에 오십만 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누가 돈을 모아주었다고 밝히지 않았고, 저는 받은 돈을 어디에 쓰는지 알리지 않아도 됐어요. 또 ‘이러이러한 일을 해달라’는 요청도 받지 않았어요. 

이 기금은 3~4년 정도 이어지다가 지금은 중단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의 선의로 기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한계가 왔어요. 마을의 다른 활동단체에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어요. 저는 청년활력기금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했는데, 공동체의 환대를 느꼈어요. 산내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안정감과 신뢰가 청년활력기금 덕분에도 생겼어요. 이렇게 나를 환대해주고, 나는 안정감과 신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에 마지는 2년 동안 운영하고 문을 닫았어요. 식당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들어요. 다들 아침 일찍 나와서 저녁 늦게까지 일했어요. 함께 일하던 청년들 각자가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 일들을 해보자고 생각하고 마지를 마무리했어요. 함께 모이던 공간이 사라지고 나니, 전보다는 활동들이나 모임들이 적어진 것 같아요.”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는 이름 그대로 지리산권의 작은 변화들을 지원한다.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관계들 

 

-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는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 이음’에서 일하고 있어요. 2018년에 아름다운 재단과 지리산 이음에서 함께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를 만들었어요. 지리산은 전라남도 구례군, 전라북도 남원군, 경상남도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 걸쳐져 있어요. 지리산 이음은 이 지리산권을 잇는 네트워크 모임을 지원하거나, 공모 사업과 관련된 행정적인 일을 해요. 저는 지리산권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돌아다니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작년부터 시내에 사는 청년들과 만날 기회가 생겨 ‘남원청년정책네트워크 새파란’을 시작했어요. 남원시나 전라북도의 청년 정책을 의논하거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작은자유 활동이 있어요. 작은자유는 산내에 사는 청년들의 모임이에요. 친구들과 같이 고민하는 건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삶을 산내 안에서 꾸릴 수 있을까’에요. 주로 모여서 밥을 먹죠. 밥을 먹으면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다양한 활동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해요. 저희와 함께하는 사람 모두 작은자유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요. 작년에는 ‘비전화 기술 연구회’를 열기도 했어요.”

 

- 하무가 산내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부분이 크고 중요한 것 같아요. 산내에는 하무 또래의 청년들이 여럿 살고 있나요?
“많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산내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아요. 저는 친구 세 명과 함께 ‘까미네’ 셰어하우스에서 살아요. 까미는 저희가 사는 집주인의 개예요. 산내는 지리산을 등산하는 사람들 덕에 민박집이 많죠. 민박을 운영하기 어렵게 된 분들을 만났고, 그분들이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려주셨어요. 방이 다섯 개이고 화장실도 따로 있어서 셰어하우스를 하기에 아주 좋아요. 요즘에는 저희 집에 친구들이 많이 모여요. 자주 만나 밥을 해 먹거나 함께 놀아요. 요즘 지역에 있는 공동체와 청년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여서 의논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지역의 친구들과 만나기도 하고요. 하동이나 구례 등 지리산에 사는 청년들과 모여 ‘지리산 게더링gathering’이라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캠프에요. 6월에 캠프를 열었고, 7월 말에 또 계획되어 있어요. 9월은 한 달 동안 캠프를 열 예정이에요.”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까미네’ 셰어하우스. 셰어하우스에 함께 사는 친구들 모두 까미와의 산책을 즐긴다.


하무와 함께 그와 친구들의 텃밭과 집을 방문했다. 호젓하고 조용한 산에 둘러 싸여 친구들과 함께 여러 궁리를 하며 살아가는 하무. 하무는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과 일 들 덕분에 산내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무에게 요즘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지금 하는 일을 잘하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하무는 다른 지역에서 사는 일이나 산내에서 사는 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내에서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그렇다면 산내가 아닌 곳에서 살아보아도 괜찮겠다”고 말한다. 함께 궁리하고 활동하고, 노는 친구들과 함께라면. 그는 관계들 속에서 기운을 얻고, 환대를 느끼고, 새로운 일들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실상사 농장에서 한 고랑 정도 해바라기, 가지, 토마토랑 파슬리, 딜, 박하 같은 허브를 기르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요리해 먹을 때나 함께 모여서 차를 마실 때 쓰고 있다.


글 : 김세빈
사진 : 이준표

 

*인터뷰는 청년&지역 커뮤니티 지원 10년을 맞아 2020년에 진행되었습니다.